장성읍 정수진 씨, 17살 뇌병변 아들과 매일 등하교
장성읍 정수진 씨, 17살 뇌병변 아들과 매일 등하교
  • 강정오
  • 승인 2021.12.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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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을 못 쓰는 뇌병변 아들을 17년간 돌보며 매일같이 안고 휠체어에 태워 등하교하는 모정이 세밑을 달구고 있다.

장성읍 매화1동 정수진(45) 씨는 17년 전 쌍둥이 아들을 낳았으나 태어난 쌍둥이가 미숙아였다. 

다행히 1분 늦게 태어난 동생은 정도가 심하지 않아 건강을 회복, 생활엔 지장이 없으나 형 석현 군은 태어나자마자 두 달간 인큐베이터에서 키워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뇌병변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수진 씨는 어떻게든 석현 군의 건강을 회복시키려 모든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유아기 때는 장애아가 다닐 수 있는 교육기관을 찾아 지역 곳곳을 누비다 겨우 찾아낸 곳이 삼계 사창유치원이었다. 그 때 석현 군이 학업을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준 보조교사 덕분에 지금 하이텍고등학교도 다니고 있다.

어렸을 적 광주에 있는 재활치료센터를 다니던 고생은 어쩌면 당연했다. 집에서 택시타고 장성터미널까지 와야 했고 버스터미널에서 운암동까지 갔다가 또 다시 신가동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을 해야 했다. 이렇게 오가는 시간만도 4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문제는 어렸을 적에는 괜찮았지만 최근 부쩍 커버린 석현 군의 몸무게다. 51㎏이나 나가는 청년이 돼버린 것이다. 몸이 불편한 등하굣길이며 재활센터, 병원 등을 오가며 힘들고 지칠 법도 하지만 수진 씨는 해맑은 아들의 미소만 봐도 힘이 솟는다고 말한다.

자식을 위해선 어머니의 힘으로 못할 게 없는 법이다.

남자들도 쉽사리 못 든다는 석현 군을 수진 씨는 단번에 안아 올린다. 아이를 수 년 동안 안기도 한 탓이지만 아이를 안는 요령을 알기 때문이라며 애써 다른 이유를 둘러대지만 수진 씨는 언제부턴가 관절통증을 호소할 만큼 관절 건강도 악화됐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석현 군은 영화를 참 좋아한다. 특히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는 석현 군은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던 ‘기생충’을 최근에 본 영화 중 단연 으뜸이라며 극찬했다.

석현 군은 몸이 불편해 영화를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만 영화 속 멋진 주인공의 모습도 또 그들의 자유로운 삶도 부럽고 드라마틱해 가끔 영화 같은 삶을 꿈꾸곤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석현 씨의 꿈은 성우다. 불편한 몸 때문에 직접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순 없지만 성우가 되면 목소리만으로도 온전히 주인공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재활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었으면...”

남편과 큰딸, 쌍둥이와 시어머니까지 모시며 6가족이 사는 수진 씨의 가정은 넉넉지 못한 형편이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석현 군 역시 몸은 불편하지만 언제나 자신을 돌봐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석현 군과 수진 씨가 집 앞을 나서기란 쉬운 게 아니다. 좁고 경사진 언덕에 위치한 수진 씨 집은 석현 군이 휠체어를 끌고 들어설 수 없다. 때문에 수진 씨는 석현 군을 안고 집안으로 들어오다 넘어져 다친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장성장애인복지관(관장 김종인)은 지난달 각지에서 보내준 후원금으로 수진 씨네 집 앞으로 휠체어는 물론 수진 씨의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간이 도로를 만들었다. 이 덕분에 석현 군과 수진 씨의 나들이는 한결 가벼워 졌다.

새해 소망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진 씨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석현 군만을 위한 재활시설을 장성군이 모두 갖춰 놓을 순 없지만 재활프로그램이나 시설, 병원 등을 보다 손쉽게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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