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중앙초등학교, 아이들의 ‘손’이 만들어낸 공간혁신
구례중앙초등학교, 아이들의 ‘손’이 만들어낸 공간혁신
  • 강천웅
  • 승인 2020.12.13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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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중앙초등학교(교장 고효숙) 운동장을 빙 두른 해닮길이 훤해졌다. 입구에 해닮 기둥이 세워지고 곳곳에 벤치가 생겨났다.

우거졌던 나무는 10년만에 시원스레 이발을 했고, 아이들이 계절마다 심은 꽃들은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지역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며 학생들이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교육복지실 꽃동아리 회원들이었다. 7, 무성한 나무가 우거진 해닮길에일일초를 심었다.

그리고 답답한 수목을 가지치기한 다음에는 국화, 아스타, 체리세이지에 겨울꽃 비올라까지 심었다. 학교건물 밖으로 나온 꽃동아리 회원들은 신발을 망치기도 했지만 흙과 물을 만지며 생명을 심는 동아리활동을 무엇보다 즐거워했다.

10, 이제 5학년들이 해닮길의 벤치와 일주문 제작에 들어갔다. 구례맥잇기 목공프로젝트로 1반과 2반이 8시간 씩 지역의 목공소를 찾아가 자신들이 디자인한 대로 직접 나무를 자르고 드릴로 못을 박으면서 모둠원과 함께 칠까지 마무리하였다.

1반이 해닮길 왼쪽을 담당하여 일주문 한 개와 의자와 벤치 한 개 씩을 먼저 만들어냈다. 이어 2반이 해닮길 우측 유치원 쪽에 오직 중앙초에만 있는 벤치세 개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과정에 동참하였다.

담임교사에 따르면 설치를 마친 아이들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고 한다.11, 학생자치회도 가만있지 않았다. 자치회 임원들은 꽃나무 푯말만들기에 도전하였다.

해닮길의 꽃나무 이름을 찾기위해 스마트폰을 검색하고, 지역의 어른들게 직접 묻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무 푯말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쓰고, 바니쉬로 마감하여 쇠말뚝을 직접 망치로 박아 꽃나무 옆에 푯말을 세웠다.

이렇게 모두의 힘이 합쳐져 2012년 학교숲으로 조성되어 방치되어있던 해닮길이 새롭게 태어났다. 해닮길이 달라지자, 아이들이 이곳으로 걸어나왔다.

학급에서 해닮길을 걸으며 꽃향기를 맡고, 방과후에는 벤치에 가방을 놓고 친구들과 쉬어가기도 하는 등 학교건물 밖에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오후에 운동장을 도는 지역주민들의 산책길에 눈이 호강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공간혁신은 새로운 건물을 앉히는 것만이 아니었다.

방치되어 있던 해묵은 곳을 깔끔하게 치우고, 아이들이 꽃과 흙과 나무와 물감을 만지는 활동을 하자 새로운 해닮길이 탄생하였다. “내 이름 꼭 박아놨어요. 졸업하고도 와서 자랑할 거예요.”아이들은 제 손으로 일구어낸 학교정원에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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