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송현초등학교. 6학년 초미니 수학여행 실시
여수송현초등학교. 6학년 초미니 수학여행 실시
  • 강천웅
  • 승인 2020.11.29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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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송현초등학교는 1031일의 아우성.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온통 수학여행을 외쳤다. 수학여행 취소에 대한 아우성으로 몸부림을 쳤다. 우리는 마치 시위대로 나선 듯, 이쪽저쪽, 사방에서 외쳤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쌤쌤쌤. 여행여행, 수학여행. ‘코로나19’를 원망하면서 치렀던 핼러윈데이 기념 파티도 크게 즐겁지 않았다.

도대체 이 녀석 코로나19’는 왜 이렇게 올해 온 것인지. 아쉬움에 입이 닳도록 수학여행을 외치자 안 되겠다 싶어 급히 마련해 주신 수학여행. 와우, 외치면 되는구나!

여수송현초등학교(교장 노광식) 6학년이 드디어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1112일 목요일. 미니에 초미니에 초초미니 형식이었으며 하루 아니 한나절 반 일정에 그친 것이었지만 우선 즐거웠다.

친구들과 함께 버스에 몸을 싣고 학교를 떠나는 마음. 선생님의 잔소리(?)3분의 1쯤으로 줄어든 학교 밖 나들이. 엄마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는 23일은 아니었지만 신났다. 집을 박차고, 학교를 박차고 나아가자 우리 모두 마음껏 날아올라 솟구쳐 오르자고 외치면서 출발하였다.

먹고 싶은 과자 가득 담기지 않은 미니 배낭여행이었지만 벌써 가득 배부르고 마음도 부르고 영혼 가득 부드러운 포만감으로 왈왈왈 기쁨 넘쳐났다.

먼저 만성리로 가서 레일바이크를 탔다. 맨 첫 번째 탑승 손님들이어서 그곳 근무하시는 분들도 반갑게 맞아주셨다. , 무슨 가이드의 안내가 필요하랴. 이미 탑승 경험이 있는 친구들의 무한정 스포 발산에도 서운하지 않았다.

바퀴 돌리는 데에 힘을 좀 덜 들여도 믿는바 튼튼한 친구의 무쇠 다리가 있어 든든했다. 건강한 자연미를 불쑥 내밀면서 조금 오싹함을 던져준

에서는 분명 긴 설명을 하셨을 선생님이 얼마나 아쉬워하실까 궁금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나는 왜 살짝 속 시원한 웃음을 내쉬었을까. 늘 우리들에게 뭔가 알려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자신의 박학다식 지식을 전해주는 것이 분명, 선생님의 인생살이이자 사는 힘이신 우리 선생님. 선생님은 오늘 얼마나 심심하실까.

오동도를 밟았다. 지긋이 발걸음을 새겼다. 예고된, 곧 있을 초겨울비의 도움 없이도 흔적 은 사라질 오동도에서의 내 발자국은 굳이 꼭꼭 땅바닥에 새길 필요가 없으므로 가볍게 내디뎠다.

마냥 신나 너무 가벼웠다. 바람은 왜 그리 내 얼굴에 딱 맞는 레벨로 부는 것인지. 오르막의 시작에서 오르는 길 힘들다고 마음 약하신 선생님께 어리광을 부린 것이 죄송스러울 만큼 산책 수준의 등반을 마쳤다. 우리들의 인바디 상황이며 걸음걸이 수준을 친히 고려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했다.

바다 배경으로 학년 단체사진과 학급 사진과 여러 끼를 발동시켜 새긴 사진 등을 찍었다. 더도 덜도 말고 매일 이런 날씨였으면 싶을 만큼 진짜 가을날. 우리들의 초등학교 수학여행. 기쁘면서도 한편 아쉬움이 슬픔으로까지 닿을 수 있는 오늘. 그래, 어쨌든 하루, 신나게 지내자.

점심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지고 언제나 만사태평 룰루랄랄랄라 노래 부르게 되고 언제나 기쁨 솟구치는 것이나 오늘은 더욱 특별한 날, 스페셜 만땅의 날. 이미 선생님이 주신 정보에 의하면 뽕나무 심던 시절 떠오른다는 우리 외할머니의 고향이자 우리 엄마의 고장인 여수 신시가지 웅천의 모 뷔페 식당에서 먹는다는 것. 나는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는데 그곳을 아느냐고 물어 오시는 우리 선생님은 진짜로 집콕순(집에만 콕 박혀 사시는)이신 듯. , 진짜로 맛있어요, 어서 가요를 우리 반 모두 이구동성 생기 발랄한 입술로 외치는데 여수 속 여수 돌아보기이니 금방이다. 아마 조물주가 그러셨을게다. ‘여수송현초, 오늘 서에 번쩍, 동에 번쩍이네. 손오공 구름 자동차 이동인가?

뷔페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차를 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면 좀처럼 음식 섭취를 못 하신다는 우리 선생님이 참 불쌍해 보였다. 선생님은 과일 몇 조각과 초밥 몇 조각을 담은 한 접시 점심을 간단하게 드시고는 우리들의 짓궂은 식탁 이모저모 사진을 찍으시느라고 바빴다.

하긴. 눈앞의 저 맛있는 음식들을 못 드시니 화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일에 정신을 쏟으셔야 하리라. 우리들은 마구마구 먹고 마침내 튼튼한 배 무한확장하여 꽉 채운 힘으로 음식에 장난기를 합체한 놀이를 했다.

음식으로 장난 치면 조물주가 노하신다.‘고 늘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간장을 소스에 타서 친구 대접하기정도에서 그쳤다. 선생님은 다 아시면서도 눈감아주셨다. 큰 눈 깜박이시면서 사진을 찍는 척 얼굴을 휴대폰 뒤로 숨기시는 선생님은 아마 속이 무지 타시리라. 저런, 저런, 저런, 저어어어어런. 인내심이 대단하신 우리 선생님.

분명 낮잠 타임인데 초롱초롱초로로롱 내 눈망울은 마냥 맑고 밝고 힘에 넘쳤다. 와우! 루지를 타러 가는데 무슨 잠? 신난다, 신난다, 신이 마구마구 난다. 제법 많은 손님이 우리 앞에 있었다. 입장권을 끊으셔서 팔목에 입장권을 붙이라는 선생님의 부드러운 표정은 그래, 에버랜드 맛을 조금은 볼 수 있겠다.’ 싶은 표정으로 부드러이 우리를 루지테마파크로 들여보내 주셨다. 선생님도 함께 타셨다. 몇 분 설명을 진지하게 듣는데 진짜로 엄숙한 모습으로 출발 준비를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진지하셨다.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출발! 가이드 아저씨가 손인지 팔인지 루지의 몸통 뒤를 쭈욱 밀어 부치는데. 에고. 우리 쌤은 제대로 앞으로 나가시질 못한다. 나중에 하신 말씀으로는 헬멧이 맞지 않고 흔들려서 순간 당황하셨다는데. 글쎄...... . 분명 선생님은 처음 타신 것이다. 온몸 가득 겁에 꽉 취하신 듯. 운전과 루지는 별개구나.

선생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신 루지 테마파크 퇴근(?) 시간은 딱 두 번을 타면 되는데 우리 조는 무려 네 번을 탔다. 퇴근(?)해 보니 우리 조보다 더한 친구들이 두 조나 되었다. 한 조는 무려 여섯 벗을 탔단다. 녀석들.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욕심쟁이들.

끝났다네, 끝났다네, 끝났다네. 차에 오르자 하루를 정리하시는 우리 선생님. 하루 반쪽과 한나절의 2분의 1, 짧은 수학여행이었지만 즐겁게 보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사고 없이 다녀와서 다행이라고 하신다.

이렇게라도 수학여행을 다녀오니 괜찮지 않냐고 물어오신다. 아니요, 아니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더 놀다가 가요, 더 놀다가 가요. , , 썬생님, 선생님. 이게 뭐 수학여행인가요, 이것이 어찌 수학여행인가요. 외쳐봐도 소용없다.

이 하루 한나절과 한나절의 2분의 1 여행도 너희들 안스러워서 6학년 선생님들이 급히 만들었단다. 미안하다, 미안하다만 어찌하랴. 세월 지나고 보면 오늘 이 여행을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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