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 협력으로 완결한 긴급돌봄 79일 대장정
교육공동체 협력으로 완결한 긴급돌봄 79일 대장정
  • 강정오
  • 승인 2020.05.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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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미향초등학교 긴급돌봄 교실
목포미향초등학교 긴급돌봄 교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집단 감염을 막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하여 각급학교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전남의 410여 초등학교에서는 32일부터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하였다.

원래 돌봄교육은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등의 돌봄이 꼭 필요한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에도 돌봐주기 위해 오후 시간에 운영되는 것이지만 이번 긴급돌봄은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감염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아이들을 혼자 둘 수 없는 가정을 위해 전학년을 대상으로 교육부 지침에 의거 운영하였다,

1차 개학이 연기되면서 긴급돌봄에 참여한 전남의 초등학생은 321,532명이, 2차 연기에는 3,519명이었으나, 3차 추가 개학연기 발표일에는 5,516명으로 점차적으로 확대되었다.

전남의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의 긴급돌봄 수요에 적극 대처하여 돌봄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장 운영하였으며, 도교육청은 개학 연기에 따른 긴급돌봄 기간 학생의 중식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1인당 매일 8,400원의 중·간식비를 지원하였다.

긴급돌봄 연장운영은 오전과 오후 2교사제 운영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어 추가 전담인력이 발생하였으며, 추가 전담인력 해소를 위해 초등학교 교원의 협력이 요청되었다. 긴급 재난상황에서 초등학교 교원의 협력으로 돌봄의 공공성을 추진한 이유의 하나는 시간제 일자리 돌봄정책과 관련이 있는데, 돌봄전담사가 15시간(초과근무 2시간 합쳐 최대 7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온종일 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직원 안전 담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에서 교실당 학생인원을 10명 내외로 제한함으로써 944실의 긴급돌봄 교실이 발생하였다. 또한 3차 추가 개학연기 시점부터는 아이들을 가정에 홀로 방치할 수 없는 맞벌이 부모나 조손가정의 부담을 덜어 주어야 했기에 긴급돌봄은 요청하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전남의 긴급돌봄 교실은 점차 확대되었다. 게다가 전남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수 감소의 영향과 46일 예정된 개학이 추가로 연기된 것이 계기가 되어 긴급돌봄 참여학생이 급증하였는데 46일에는 6,585명이던 참여학생이 416일에는 7,885명으로 확대되었다.

순천대석초등학교 긴급돌봄 교실
순천대석초등학교 긴급돌봄 교실

헌신과 책임으로 긴급돌봄 학생을 품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이 초등학교에 부과된 상황에서 긴급돌봄 신청자 증가는 긴급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초등학교의 돌봄전담사와 교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교육부에서는 개학연기에 따른 긴급돌봄은 예기치 못한 새로운 영역이라 돌봄전담사 뿐 아니라 교직원 협력으로 운영하라고는 권고하였으나 법적으로 단시간제 근무자인 돌봄전담사와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교원간 갈등은 어떻게 보면 예견된 일이였다.

그러나 두 달 이상이나 계속된 긴급돌봄 기간에 학교 방역소독, 학생과 교직원의 발열체크, 학생지도, 학생 중식 및 간식제공 등의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전남의 아이들을 우리가 돌본다는 책임의식과 헌신으로 초등학교의 돌봄전담사와 교직원을 포함한 교육공동체가 서로 협력하는 새로운 학교문화도 보여주었다. 죽림초(여수)의 김미애 교감은 50명이 넘는 학생의 도시락을 위생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으며, 선생님, 돌봄점담사, 급식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안전이 담보되는 돌봄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돌봄업무를 처음맡은 남평초(나주) 서준희 교사는 돌봄업무 처리와 돌봄교사 부재시 대체교사 배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마을과 지자체 직영의 다양한 돌봄교실이 확대되어 교사가 교육과정에만 전념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담양남초의 김선화 돌봄전담사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간격유지, 교실에서 마스크를 종일 착용하는 생활, 도시락만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선생님의 헌신적인 참여와 교장, 교감선생님의 리더십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전이 최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도 유치원을 포함한 초등학교 학교공동체가 책임과 헌신으로 긴급돌봄을 책임있게 운영하였기에 아이를 혼자 둘 수 없는 많은 가정에서 학교를 믿고 자녀를 맡길 수 있었다. 위기상황에서 발휘한 교직원들의 책임과 헌신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도교육청에서 학교공동체에 대한 고마움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작은 격려금 지원을 결정하였다.

온라인 개학으로 돌봄과 원격수업 동시 운영

420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고 등교 수업이 50일 넘게 미뤄지면서 긴급돌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국면의 변화로 인한 초등학교 긴급돌봄 교실에 참여하는 학생이 급증하였는데 427일 기준 초등학생의 14%13,084명이 긴급돌봄 교실에 참여하여 전남은 전국 최대 참여율을 기록하였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중요한 고민은 교사들은 긴급돌봄 업무에서 벗어나 원격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교사의 긴급돌봄 업무를 덜어주고 돌봄전담사는 오후 돌봄만 전담하되 학생들의 학습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격학습도우미돌봄교실 봉사자를 등교개학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자원봉사자로 위촉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원격학습도우미와 돌봄교실 봉사자는 코로나19로 고용단절을 격고 있는 방과후학교 강사를 우선 위촉하도록 했으며, 전남 초등학교에서는 5. 14일 기준 1,437실의 원격학습 지원실 운영하여 긴급돌봄 학생의 관리, 학습과제 도움, 싸이트 접속 등의 업무를 지원하였으며, 오후에는 돌봄교실 봉사자를 위촉하여 원격수업 이후의 긴급돌봄 학생들의 돌봄 지원에 참여토록 하였다.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초등 긴급돌봄에 참여한 학생은 오전에는 원격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돌봄을 받았으며, 일부의 학생들은 학급 담임교사의 케어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긴급돌봄 신청이 급증한 대도시 학교와 원격학습도우미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많았던 섬 학교, 전교생 대부분이 돌봄교실에 참여한 작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원격수업과 긴급돌봄을 동시에 담당하면서도 돌봄의 공백을 채우는 사회적 책임을 떠맡는 역할을 담당해 주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긴급돌봄 학생이 꾸준히 늘어난 반면 긴급돌봄 수용에 한계가 있었기에(정부의 방역지침은 1개 돌봄교실에 10명 내의 인원을 수용하도록 함) 돌봄교실 참여를 우선순위를 정해 제한함으로써 발생한 학부모의 민원해결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긴급돌봄 대장정 마무리 그리고 남은 과제

교육계에서는 5월 들어 확진자 감소와 돌봄교실 수요증가 등의 이유로 원격수업 종료와 등교수업에 대한 논의로 발전하였다. 교육부는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520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27일에는 초등학교 1~2학년이 먼저 등교하는 순차적 등교일정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긴급돌봄이 급증하여 사실상 등교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79일간 계속된 긴급돌봄은 고3과 같은 520일에 등교수업을 시작하는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초등학교의 경우는 같은 날부터 학기중 돌봄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전교생 60명 이상의 초등학교는 1~2학년의 등교가 시작되는 527일부터는 기존 학기중 돌봄으로 전환되어 운영될 계획이다. 물론 순차적 등교이므로 등교수업 완료 전까지는 긴급돌봄과 학기중 돌봄이 병행 운영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 가정의 돌봄책임을 분담하고 돌봄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축한 긴급돌봄 체제 79일의 대장정이 일상돌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긴급돌봄 운영을 위해 교육청에서는 학생 중식비 편성, 위촉직 인력지원과 기관 격려금 예산편성, 갈등해결 민원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며, 학교에서는 학생 안전확보, 역할분담, 자원봉사자 위촉, 돌봄학생 지도를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했다. 돌봄제도의 한계로 인해 현실적 어려움과 갈등은 있었지만 전남의 교육공동체는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책임와 연대를 바탕으로 돌봄공백을 최소화하고 맞벌이 가정 등의 양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시작한 79일의 긴급돌봄 대장정은 마무리되지만 긴급돌봄 운영의 경험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더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시간제 돌봄인력과 학교의 대응으로만 책임질 수 없는 돌봄공백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역의 책임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큰 만큼 돌봄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는 돌봄체제 다양화를 추진하고, 긴급돌봄 대응 경험을 토대로 돌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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