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중앙초등학교, 꽃들이 전하는 말
구례중앙초등학교, 꽃들이 전하는 말
  • 강천웅
  • 승인 2020.05.14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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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중앙초등학교(교장 고효숙)의 중앙 현관에는 낮달맞이가 분홍빛으로 만개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이 일제히 피어난 꽃은 방긋방긋 향기를 뿜으며 환한 미소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 여름, 주차장 시멘트 바닥에 묻힐 뻔한 꽃들을 살려낸 은인이 다름 아닌 구례중앙초등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작년 9, 지역주민 조모씨(광의면)가 집 앞에 무리져 피어있던 달맞이꽃 자리가 주차장이 된다고 연락을 해왔다.

꽃밭이 갈아엎어지기 전에 꽃을 어서 파가라고 하여 몇몇 선생님들이 광의면으로 달려갔다. 주차장 공사를 진행하던 포크레인 기사님이 꽃무더기를 한 삽 씩 파주어 엄청난 양의 달맞이꽃을 살려 학교로 옮겨올 수 있었다.

먼저 학부모님들과 교육복지실 꽃동아리 회원들이 앞장서 꽃밭을 일궜다. 도서관 도우미로 활동하는 학부모님 두 분이 구두에 흙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괭이질에 앞장서자 동아리 아이들도 하나 둘, 팔을 걷어부쳤다. 그리고 학급별로 신나게 호미와 모종삽을 들고 조리개로 물을 주어가며 꽃을 심었다. 중앙 현관 향나무(나사백) 밑에는 5학년 1반 학급꽃밭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물 조리개를 든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복도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을 내내 아이들의 기다림이 이어졌다. ‘우리가 심은 꽃은 도대체 언제 피어나는 거야?’ 아이들은 물을 주러다니며 날마다 소망했지만, 한 여름에 터전을 옮긴 꽃은 쉽사리 피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실망했다.

그러나 해가 바뀐 5월 어느날, 하루아침 사이에 꽃들이 기지개를 펴고 깨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교정이 환해졌다. 아이들에게 꽃소식을 어서 전하고 싶었다.

실화예요? ” 작년 5-1반 담임교사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이처럼 싱글벙글이다. “누군가 심어놓으면 언젠가는 피어난다니까요.” 교감선생님도 꽃향기에 힐링한다며 좋아하신다. “아니, 작년에 없던 꽃이 언제 생겨난거야?” 원로선생님도 출근길에 깜짝 놀라신다. 꽃들은 오늘도 방긋방긋 웃으며 바람결에 말을 전한다. “얘들아, 어서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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